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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 칼럼 118] 길여행 작가 강세훈의 "길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 - 세 번째"

둘레길여행 또는 걷기여행을 하다보면 듣는 말이 있다. “너무 좋아요. 편하고 쉴 수도 있고요. 그리고 풍경이 너무 좋아요!” 이렇게 감성에 젖어드는 표현을 많이 얘기해 준다. 하지만 등산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 “오우 너무 힘들었어. 정상이 좋네. 꼭 올라갔다 와야 등산이지!” 등등 운동이나 성과를 나타내는 표현을 쓴다. 등산이 사람의 몸에 좋은 운동이자 여행이라면 걷기여행은 사람의 마음과 머리를 쉬게하는, 비워주는 여행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길여행을 이렇게 느끼려면 그저 걷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좋은 풍경과 이야깃거리, 그리고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쉼터 또는 그런 장소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걷는 여행은 둘레길도 걷지만 도심 속을 돌아다니는 도심여행이나 골목길여행이라는 카테고리가 더해져 다양해졌다. 골목길여행 또는 길여행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편안함과 새로움이다.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는 골목길


넓은 도심의 길은 시끄럽고 복잡하고 머리를 띵하게 하지만, 낯선 골목길은 긴장감과 함께 마음이 편해지도록 만든다. 어렸을 때 놀던 장소와 비슷하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도심 속 여행은 도시의 변두리, 우리 살고있는 공원과 숲, 골목을 따라 이어진 길이며 그 속에서 또 다른 즐거움을 찾고 있다. 재개발이 되면서 골목은 점점 사라졌지만, 아직 남아있는 골목길은 마을재생사업이라던가 문화유적지로 보호받는 곳들이다. 그런 곳에 골목여행 또는 마을여행 프로그램이 존재하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가 골목길은 아이들이 놀던 곳, 우리 생활이 엮여 있던 곳이었는데 점차 없어지면서 찾아가야만 경험할 수 있는 장소로 바뀌었다. 골목길은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출사장소로 인기를 모으다가 점점 도심문화여행 콘텐츠로 변화했다. 그리고 그 위에 스토리텔링이 더해져 하나의 해설여행이 되었다. 그 예로 창의문 뒤쪽에 위치한 부암동은 도성을 따라 인왕산과 북악산의 풍경을 볼 수 있고, 멋드러진 단독주택단지와 미술관이 더해져 출사지로 유명했던 곳이었다. 그곳에 드라마 촬영을 하고, 백사실계곡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지금은 유명 관광지로 변모했고, 종로구에서는 ‘부암동 골목길 투어‘를 만들어 홍보하고 있다. 이제는 관광지만 찾아가 바라만보다 오는 여행은 식상할 뿐이다. 익숙하지 않은 지금 세대에게는 신기함을 주고 기성세대에게는 옛 모습을 추억하는 장소이기에 길여행 또는 골목길투어는 새로운 장르로 변화했다. 보는 관광에서 걸으면서 느끼고 찬찬히 보는 것으로 트렌드가 이동하였고, 마을 이야기가 더해져 골목길은 그저 좁은 길이 아니라 콘텐츠로 가득한 넓은 길이 되었다. 둘레길만이 길이 아님을 골목길여행이 보여주었고, 작은 것이라도 크게 변할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길 위에 이야기를 덧붙이다.


처음 길을 접했을 때는 무조건 걷는 것에 집중했다. 자세가 어떻고, 시선처리는 전방위로, 십일자로 걸어야 하는 등 자세와 운동효과가 걷는 것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많이 걸어보니 같은 길을 매번 걸어야 하는것도 고역이었다. 그저 걷는 것만으로는 즐거움을 경험하기에 부족했다. 멋진 풍경을 보는 것도 좋은데 해가 저문 저녁에만 걷다보니 가로등 켜진 하천 풍경만 접해야 했다. 그래서 다른 길을 찾아나섰다. 예쁘고 걷기에 안전한 길, 그곳에 사람들과 같이가니 계속 질문을 한다. 저 앞에 있는 건물은 이름이 뭐에요? 여긴 동네 이름이 어떻게 되요? 저 나무는 이름이 뭐에요? 등등... 그래서 나름 공부하며 준비한 동네 이야기를 해주니 즐거워하는 모습이 역력하게 보였다. 대부분 서울에 오래 살았다고 하지만 알지 못했던 동네 이름과 나무 얘기는 처음 듣는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길 위에 이야기를 붙여가며 걷기여행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다양한 이름으로 비슷한 프로그램이 많아졌고, 급기야 지역마다 문화해설사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걸으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니 참가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단했다. 이렇게 색다른 경험을 처음 접한 것이다. 외국에서는 가이드가 설명해주는 것이 당연했는데 한국에서는 이런 경험을 할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지나가는 곳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유래로 만들어진 것인지 이야기를 덧붙여 해주었다. 그냥 지나가면 몰랐을 골목길이나 공원 산책길에 해설이라는 콘텐츠가 더해진 것이다. 그저 걷는 것만 알던 사람들도 이야기가 더해진 길여행에 재미를 들였고, 점점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더 이상 골목길은 작은 길이 아니라 세상의 중심이 되는 길이 되었다.




한강도 이야기를 품고 있더라


서울시와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코스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회의하던 때가 있었다. 어느날 한강을 걸으면 어떻겠냐는 주무관의 제안에 대뜸 하자고 했다. 한강이야 걷는데 어려울 만한 곳이 아닌데다 예전에 마포대교부터 광진교까지 걸어본 경험도 있으니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무관의 요청사항을 듣고나서 고민에 빠졌다. 서울시 구간에 있는 모든 강변공원길을 걸어야하고,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도 건너길 바랬다. 그리고 전체 한강길을 12개 코스로 나누고 각 코스의 시작과 끝지점을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획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막상 한강에 접근하려면 걸어서 또는 전철을 타고 가기보다 자가용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좀 더 한강에 쉽게 접근하고 걸을 수 있도록 해보자는 취지였다. 이러한 요청에 한강길 코스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러다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경강‘이라는 기획전시가 열렸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보았다. 전시관을 돌아보면서 한강을 다시 보게 되었다.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널려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강과 한강 주변 공원, 동네를 엮는 코스를 기획하여 선보이게 되었다. 6월부터 진행한 행사는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지금도 수요일 저녁에는 한강길을 걷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단순하게 보면 한강은 볼거리가 없고 그저 야경을 보거나 자전거타기 좋은 곳, 그냥 강바람 쐬기 좋은 곳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한강의 이름을 알게 되고 한강 주변에 왜 이러한 명칭이 생겼고, 왜 이곳에 다리가 생겼는지 알면, 예전에 익숙했던 한강모습이 아니라 그 뒤에 숨은 이야기가 가득한 보물창고로 보일 것이다. 길여행을 만들라고 신입 해설가들에게 과제를 내면 이야기를 풀어낼 소재가 없다고 말을 한다. 처음에는 그럴 수 있지만, 쉽게 해결하려는 마음에 보지 못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막상 찬찬히 들여다보면 길에는 무긍무진한 소재가 자리하고 있다. 아직 그걸 찾을만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강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리 보인다. 한강을 통해 길이라는 곳은 단순하게 걸어야만 하는 장소가 아님을 새삼 깨달았다.



◈ 칼럼니스트

사회적기업 케이마스(한국경영자문원) 자문위원

길여행 작가 강세훈


▣ 경력

- 2014년 K2 어썸도어 트레일워킹 전문가로 선정(10월)

- 2015년 사단법인 숲을찾는사람들 대표

- 2018년 카네기 CEO클럽 길여행분과위 위원장

- 2019년 라이나 전성기재단 발간 헤이데이 매거진에 창작가 소개 및 리턴십 프로그램 편집장 선정

- 2019년 MBC ‘나혼자산다’, KBS 다큐멘터리 숨터, 아리랑TV 강남인사이트 등에

여행작가로 출연

- 2020년 국민연금공단 및 서울관광재단 여행스토리텔링 주제 및 여행사진 강의

- 2021년 통일교육연구원 내 통일걷기사업관련 자문 및 심사평가위원(6월)


▣ 저서

- 2015년 사계절 걷기좋은 서울둘레길




출처 : 중부연합뉴스(http://www.kaji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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