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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 칼럼 70] 이승호 경영지도사, 얼마면 될까? 얼마면 되겠냐?

“나봐. 똑바로 봐. 나 니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 아냐. 생각해봤어. 대단한 최은서한테 제일 대단한 게 뭘까. 우습게도 그거 돈이더라구. 아, 그거라면 나도 자신있는데 말야. 난 뭐하러 그렇게 먼길로 돌아서 온걸까. 사랑 웃기지마. 이젠 돈으로 사겠어. 돈으로 사면 될꺼 아냐! 얼마면 될까? 얼마면 되겠냐? / 얼마나 줄 수 있는데요?”


아주 오래전의 TV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원빈(태석 역)과 송혜교(은서 역)가 나눈 유명한 장면의 대화이다. “얼마면 되겠냐? / 얼마나 줄 수 있는데요?”


뜬금없이 왜 또 추억 돋는 드라마의 대사인가, 하는 독자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돈으로 모든 것이 다 될 것 같은 자본주의 경제의 틀 안에서 우리는 값을 치르고 거래하는 행위에 익숙하다. 오히려 공짜라고 하면, ‘혹시 무슨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며 의심의 눈꼬리를 치켜뜨기도 한다.


그렇게 주위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는 가격표가 붙어있다. 같은 내용물이라도 달고 있는 브랜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도 하고, 어디에서 구매하는가에 따라 같은 제품의 가격이 널뛰기를 하기도 한다. 오죽하면 온라인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제품들의 가격을 비교해 주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있을까?


심한 경우 불과 몇 시간 전에 얼마의 가격에 팔리던 것이 “떨이”라는 이름하에 순식간에 반값이 되기도 한다. 대형 마트의 마감 시간이 다 되어서도 오히려 손님이 붐비는 것은 그러한 이유 때문일 수도 있다.


구매자의 입장에서도 가격은 혼란스러운 고무줄이지만 생산자의 입장에서 가격은 무엇일까? 어떤 신제품의 개발을 마치고, 시장에 선보이기 전, 사장님들이 빠지는 고민, 얼마에 팔면 될까? 굳이 생산자의 입장에 서 보지 않아도, 당근마켓에서 중고 거래를 해 본 적이 있는 독자들이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몇 달 전에 잘 되던 인터넷 공유기가 말썽을 부려 구매를 해야 했던 적이 있다. 나름 쓸 만한 것을 사려면 아무리 못 주어도 몇 만원은 나가려니 생각했는데, 당근마켓을 통해 딸랑 3,000원에 득템(!)하였다. 싸게 주고 산 거라서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와이파이 안테나의 물결이 휴대전화의 액정을 뚫고 나올 기세로 당당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걸?


늘상 구매하는 생필품 말고 어쩌다 한 번 큰 맘 먹고 질러야(?) 하는 아이템들이 몇 개 있다. 직업이 컨설턴트이다 보니 사무실 말고 밖에서도 문서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예전에는 서브 노트북으로 한 입 베어문 사과 브랜드의 제품을 이용했는데 이게 사용한지 7년을 넘어가다 보니 조금씩 쉬고 싶다는 사인을 보내왔다. 보통 사무실에서는 작업의 효율을 위해 듀얼 모니터로 작업을 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다 보니 밖에서 작업할 때도 서브 모니터를 들고가서 작업을 했었는데, 하나의 노트북이지만 그 자체로 듀얼 모니터를, 엄밀하게 말하자면 듀얼까지는 아니고 1.5얼 정도?, 제공하는 모델이 있어 가격을 검색해 보니 여전히 고가의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결론은 당근했다. 그리고 정가의 약 60%대 금액으로 거래 완료.

소상공인 컨설턴트로 프랜차이즈가 아닌 식당을 방문할 때가 가끔 있는데, 빠뜨리지 않고 하는 질문이, “사장님, 이 메뉴 가격 어떻게 정하신 거예요?”이다. 사업을 좀 아시는 사장님들은 원가율이 이 정도라서 이렇게 가격을 매겼다 말씀하시고, 그냥 무작정 가게부터 오픈하신 사장님들은 주변에서 얼마의 가격으로 팔고 있으니, 그냥 나도 그 정도 선에서 가격을 정했다고 말씀하신다. 어떤 곳은 재료비, 사장님 인건비, 가게 관리비, 이렇게 분배의 몫을 정해 두시고 재료비의 몇 배수 하는 식으로 가격을 정했단다.


강원도 강릉의 전통 방식으로 부산에서 한과를 만들어 파시는 “신미선 한과”의 신미선 대표님은 노동의 가치로 가격을 정하셨다고 하셨다. 아무리 기계가 들어와 자동화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전통의 품질을 내기 위해서는 직접 들어가야 하는 품이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렇게 투입한 당신의 시간 값이라며 비싸지 않은 가격을 비싼 것처럼, 미안한 마음으로 알려 주셨다. 그것도 설과 추석, 명절 시즌 두 달이 반짝하고 지나가면 남은 열 달은 그냥 아이들 간식거리 정도라고 조금씩 만들어 팔면서 가게를 지키고 계셨다.


한편, 창업 지원 사업을 신청하기 위한 사업계획서를 검토해 주던 중 부산에 있는 “제이라로비”라는 사회적 기업을 알게 되었다. 부산K-환경방역협회도 조직하시고, 손세정제와 핸드크림 등을 개발, 제조, 유통하고 있는 회사였다. 제이는 사장님의 신앙 고백으로, 하늘로 올라가신 예수님을 뜻한다 하였고, 라로비는 세 자녀의 이름 글자에서 한 글자씩 받침을 뺀 것이라 하였다. 아무튼 특이한(?) 이름 덕분에 계속 기억에 남았었는데, 이 분의 회사에서 작성한 사업계획서를 보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였다. 방역에 사용할 수 있는 소독수를 개발하였는데 특허 기술을 접목하여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이는 제품이었다. 그럼에도 책정한 가격은 타사 동종 제품 대비 거의 절반에 가까워서 그 이유를 물어보니, 싸게 받더라도 많이 팔려서 보건 위기에 대처하고 종사자들의 건강도 지켰으면, 하는 바람에서란다. ‘누가 사회적 기업 아니랄까 봐.’


투입된 생산 원가에서 출발하여 얼마 정도의 이윤을 붙여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을 원가가산(cost plus) 방식이라 한다. 경쟁 제품이 많이 없거나 주위에 유사한 제품이 없을 때, 이러한 방식으로 가격 책정을 주로 한다.


손익분기점을 고려하여 한 달에 나가는 고정비는 보전할 목적으로 목표이익율을 정하고 가격을 정할 수도 있다. 간편법으로 매달 건물의 임차료를 지불해야 하는 소상공인 사장님들에게 “3일 장사해서 그달 임차료를 벌지 못하면 어딘가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라고 진단해 줄 수 있는 이유도, 준거가 되는 목표이익율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어서 가능하다.


그런데, 실상 가격은 가치의 척도가 아니었던가? 판매자의 입장에서 말고, 구매자가 이 정도 값을 치르겠다면서 판매자의 기대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부른다면, 그것을 마다할 사장님이 어디에 있겠는가?


때로는 그 관계가 역전되어 내가 치른 가격이 곧 가치가 되기도 한다. 값비싼 명품을 선물하는 커플을 보라! 그 명품의 기능적 효용을 구매한 것이 아니다. 내가 너를 위해 이렇게 비싼 값도 치를 수 있다. 이만큼 널 사랑해, 라는 메시지가 그 명품에 담겨 함께 전달되는 것임을 우리는 안다.


가격은 가치의 척도이다. 그리고 그 가치는 구매자와 판매자의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숫자로 표현되는 가격을 보지 말자. 내가 표현하고 싶은 가치에 주목하자. 싸다, 비싸다 하는 흥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 가격을 보고 내린 의사결정은 후회될 때가 많다.


◈ 칼럼니스트

사회적기업 KMAS(한국경영자문원) 이사 이승호 경영지도사




사회적기업 KMAS(한국경영자문원) 이사 이승호 경영지도사



● 학력

- 국립 창원대학교 회계학 박사 수료 – 논문학기 재학 중

- 서강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Pro-MBA 경영학 석사


● 경력

- 제이드림 주식회사 프로젝트 매니저 컨설턴트

- 애민 경영컨설팅 대표 컨설턴트

- 창원특례시 기업지원단 컨설턴트

- 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 ESG 전문가

- 소상공인시장공단 역량강화 컨설턴트

- 중소벤처기업부 비즈니스지원단 현장클리닉위원

- 경남신용보증재단 위촉 컨설턴트


출처 : 어떠카지TV(http://www.kaji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