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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어린이집의 현실화에 대한 필요성

필자는 직장어린이집 위탁운영 비영리재단에서 현재 근무하고 있다.

직장어린이집은 매우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이어서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사업장(기업, 관공서, 학교, 병원 포함) 중 여성 근로자가 300명 이상이거나 성별불문 근로자의 수가 500명 이상인 사업장은 직장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 기준에 의거 의무사업장으로 지정된 사업장은 2018년 12월말 현재 1,389개 사업장이다. 이 중 직장어린이집을 설치, 또는 위탁 운영을 하여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사업장은 1,252개 사업장으로 이행률은 90.1%이다. (근로복지공단 직장보육지원센터 통계)

직장어린이집에 재원 중인 원아 수는 약 6만명 수준이니 전체 대상 아동 150만명 중 약 4% 내외의 어린이들이 이 혜택을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직장어린이집의 재원 아동을 전체 대상 아동 중 7% 이상, 약 11만명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직장어린이집은 사업장 내 생후 6개월부터 만5세 이하의 자녀를 둔 직원이 이용할 수 있는 직원 복지 시설이다. 그렇지만 영유아 미취학 자녀를 둔 직원들이 모두 이용하기는 어렵다. 아침 일찍 출근 시 자녀를 데리고 출근해야 하고 저녁 늦게 퇴근할 때 함께 퇴근해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하지 않는다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 보다 아쉬운 점은 수용 인원이 적어 전체 대상 직원 대비 매우 소수의 직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점이다.

※ 정원별 어린이집 현황


위 통계를 보면 50명 이상 규모로 설치된 곳은 모두 565곳, 49인 이하 규모가 546곳이다. 사업장 근로자수가 500명 이상 사업장에 설치하는 시설인데 정원의 규모가 49인 이하라는 것은 전체 근로자 중 영유아 자녀를 둔 직원이 10% 미만일 때 모두 수용이 되는 규모다. 79인 이하 어린이집이 전체 어린이집의 70%이니 대부분의 직장어린이집은 규모가 재직 근로자 수에 비해 넉넉치 않을 것이다. 참고로 49인 이상의 어린이집은 놀이터가 의무 설치되어야 하는 법적 강제도 있어 비용 절감과 시내 오피스 빌딩에 어린이집을 설치하는 사업장은 50인 이상 규모의 어린이집을 짓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문제는 직장어린이집의 미설치에 따른 과징금 부과 규정이 사업장의 규모, 직원들의 수요와 무관하게 적은 규모로 설치만 해도 면책이 되는 점이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미설치로 인한 과징금 회피를 위해 최소한으로 위탁 운영을 하거나 20명 이하의 소규모 ‘면책성’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기도 한다.

사업장 입장에서, 특히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체 입장에서 직장어린이집 설치에 대한 국가적인 강제는 부당하게 느낄 수 있는 요소가 있다. 국가와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에 기업체까지 끌어들여 불공평한 사회적 책임을 강제적으로 부가한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사업장에 따라서는 영유아 자녀를 둔 직원이 매우 적어 수요가 없는 사업장도 있다. 그리고 산업 환경이 유해해 어린이집 설치가 불가한 산업단지 등에 위치한 사업장도 있다. 뿐만 아니라 대다수 고령 직원들이나 비혼, 미혼 직원들은 혜택을 보지 못하고 일부 젊은 기혼, 유자녀 직원들만 혜택을 볼 수 밖에 없는 시설이고 여기에 상대적으로 큰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미해당 직원의 입장에서는 불공평한 혜택이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육아와 무관하게 복지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국가 차원에서 보면 대상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 직원들은 기대하기 어려운 혜택이어서 불평등이 숨어 있기도 하다. 임금이 높은 대기업, 학교, 병원, 관공서 직원들은 오히려 혜택을 누리고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중소기업 재직 근로자나 자영업자들은 혜택을 볼 수 없는 부익부 빈익빈의 정책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직장어린이집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국가가 부담하고 있는 영유아 보육료 부담은 4조원 가까이 되는 매우 큰 규모의 예산이지만 어린이 1인당으로 보면 실제 필요한 보육료의  70%에 미치는 수준이다. 그것마저도 몇 년 째 물가 상승 요인을 반영하지 못하고 금액이 동결되어 있다. 직장어린이집은 국가의 보육료, 교직원 인건비 지원금 외에 기업의 추가적인 직원 복지 예산이 투입된다. 아동 1인당 기업체가 부담하는 비용은 1년에 약 9백만원 선이다. 그래서 재원하는 아동들이 먹는 음식의 수준, 교사대 아동 비율, 교구재 등 교육 환경 등이 ‘현실적’이다. 부모들의 기본적인 만족이 높을 수 밖에 없다.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에는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직원들의 복지 수준을 높여주는 것도 직접적인 사회 공헌의 영역이다. 기업의 이익을 함께 나누는 것뿐 아니라 일과 가정을 함께 잘 꾸려나가도록 직원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는 것은 초일류 기업들의 세련되고 수준 높은 경영 방식이다. 우수한 직원을 유치하고 유지하기 위해 의료, 육아, 교육 혜택을 제공하는 초일류 기업들의 사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지금은 과거와 달리 금전적인 보상뿐 아니라 직원의 삶에 함께 관심을 가지고 가꾸어 나가는 방식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확대되고 있다. 경영의 지평이 사회구성원의 삶이 다양해지는 만큼 다양한 측면으로 확대될 때 가능한 일이다.

최근 들어 중소기업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공동 직장어린이집의 설치가 활발하다. 모두가 의무사업장이 되지 않는 규모의 사업장이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예산 지원과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공동 의지가 결합된 결과다. 정부가 보육 예산을 더욱 확충하기만을 기다릴 수 없다.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일수록 사회 공헌의 차원에서, 직원 만족도를 높이는 효율적인 경영 차원에서 직장어린이집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 나라는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이다. 그러나 분단 상황에 따라 천문학적 규모의 국방비를 지출하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데는 경제 규모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럴수록 사회 일부에서라도 수준 높은 양육과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환경을 선도적으로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선도적인 모범 사례를 만들어 갈수록 전체의 수준을 함께 높이는 구체적인 지향점이 생기기 때문이다. 희망사항이나 막연한 꿈에 머물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비전이 제시되는 것이다. 빈부의 차이는 우리사회에 공존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모두가 노력해 빈부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 열악한 아동 보육의 현장을 모두 직장어린이집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도 더욱 눈높이를 높여 예산 지원을 해야 하고 기업도 함께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직장어린이집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아울러 사업장의 규모에 맞게 직장어린이집의 규모도 비례해 설치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1만명이 넘게 근무하는 사업장에 직장어린이집 규모는 50명 이하인 곳도 부지기수다. 현재 국회에서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 직장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설치 기준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현실적으로 영업이익이 적은 중견 기업도 의무 사업장이 되어 경제적 부담을 안아야 한다. 필자는 현실적으로 300인 이상 기업에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도록 강제하는 것보다 현재의 대상 기업이 직원수와 영업이익에 비례해 적정 규모의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고 운영할 것을 권하고 싶다. 직원이 많이 근무하고 이익이 많은 회사에서는 직장어린이집의 규모를 현실화 하고 더 많은 직원이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설치 의무 기준을 강화하는 문제보다 시급하다.

■ 칼럼니스트

박종서 한국경영자문원 교육 자문위원


▣ 경력

-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학사 - 서강대학교 경영대학원 Pro-MBA 인사/조직 석사 - 한국경영자문원 교육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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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데일리경제(http://www.kd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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