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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회계사의 '정부의 정책 자금지원 제도' [2] 문질빈빈(文質彬彬)

앞의 글을 마무리하면서 지인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드렸다가 거절당한 사례를 들었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의 입장에서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두 가지, 빌리려는 사람의 신원과 채무상환능력이라고 이야기했었는데, 이 기준을 나의 사례에 적용해 보자면 서로 아는 사이였으니 나의 신원에 대해서는 더 이상 확인할 것이 없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나의 채무상환능력에 대해서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 타당한 결론이다.


내가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어떻게 했는지 기억하시는가?


“한 두 달만 쓰다 돌려드리겠습니다. 돈을 좀 빌려줄 수 있겠습니까?”


그 뒤의 내용은 더 이상 꺼내지도 못한 채 상대방은 바로 거절의 의사를 전달했다.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어서 더 이상 진행될 수 없었을까? 어제 글의 제목처럼 입장을 바꾸어, 역지사지(易地思之) 해 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이건 빌려 쓰고자 하는 데에는 빌려주는 대상이 납득할만한 이유와 목적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것도 의사결정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결정을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을 도와주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적절한 자료와 근거가 제시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고, 나의 생각을 당연히 상대방도 알아줄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모두가 관심법에 능한 궁예는 아니다. 그리고 나 한 사람만의 사정을 들어주기 위해 상대방이 자신의 시간을 무한정 내어줄 것이라는 생각도 착각이다. 개인과 개인의 사이도 그러하다면 수 천 수 만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같은 일을 수행해야 하는 국가 기관 종사자들은 어떨까? 물론 지난 3차 재난 지원금이 지급된 당시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사전에 시스템을 정비하여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해 주었다. 그때는 말 그대로 재난 상황을 이겨나가기 위한 정책 자금이었던 탓에 최소한의 정보만으로 재정을 집행해서 가능했다.


불과 1년 전, 코로나19 보건위기가 급속도로 파급되기 전만 하더라도 기관의 성격에 따라 약간씩의 차이는 있었으나 대부분의 기관에서 요구하는 서류는 공통된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자금 신청의 목적과 함께 상환 가능성을 진단할 수 있는 일종의 사업 계획서를 요구하였다. 수익 창출이 가능할지, 그리고 그 수익을 재원으로 하여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수 있을지 파악하고자 하는 일반적인 요구 조건이었다.


법인사업자인지 개인사업자인지에 따라 요청되는 서류의 종류는 다를지언정 제출되는 서류를 통해서 자금을 집행해 주는 기관에서 파악하고자 하는 정보는 다르지 않다. 문제는 그 모든 서류들이 말이 아닌 글로 작성된다는 것이다. 물론 행정 기관을 통해서 발급 받는 서류는 객관식 시험처럼 무료 또는 일정 금액의 수수료만 지급하고 출력하기만 하면 된다.


문제는 대출 요청자의 직접 작성을 요구하는 몇 가지 서류들이다. 생각한 내용을 말로 전달하는 것은 손짓발짓 동원해 가며 어떻게든 표현할 수 있겠는데 단답형 시험도 아니고 무슨 논술의 주관식 시험을 치르듯 구체적인 생각과 계획을 표현해 줄 것을 요청받는다. 물론 그렇게 문서화하는 과정을 통하여 생각을 정제할 수 있고, 대출을 신청하는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명료하게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직하게 우리 한 번 되짚어 보자. 소상공인이든 중소기업이든 국가에서 창업지원 기관의 지도와 지원을 받아 사업을 시작한 일부 케이스를 제외하고, 모든 사업 계획을 완벽하게 문서화한 다음 사업을 시작했을까, 아니면 그냥 머리속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손익 계산을 대어보고 자신의 감에 의지하여 바로 지른 케이스가 많을까? 주위의 경기가 좋았을 때에는 실행이 계획에 우선할 수 있었다. 시장의 반응을 관찰해 가며 시행착오를 겪듯 기민하고 유연하게 대응만 잘해도 어느 정도의 시간을 버틴 후 자리를 잡는 것이 가능했다.


필자의 모친도 그렇게 아파트 상가에서 작은 점포를 시작하셨다. 그것이 벌써 9년 전의 이야기이니 9년 동안 살아 남았다는 것이 내 머리로는 여전히 답을 낼 수가 없다. 어머니는 많이 배우지 못한 분이시고, 재무상태표니 손익계산서니 하는 것은 하나도 모르신다. 세금 신고나 국가의 의무 교육 같은 것도 요식업 협회에서 하나하나 챙겨주지 않으면 무엇을 해야하는지 관심조차 없다. 식당업의 기본인 Q, S, C (품질, 서비스, 청결) 지표 같은 것은 있는지도 모르시지만 어머니께서 지금까지 지켜온 원칙 두 가지, 음식 값은 재료비의 3배수 정도, 음식은 깨끗한 곳에서 맛있게 만들어야 한다. 흔한 알바생 하나도 두지 않고 어머니는 지금까지 가게를 꾸려 오셨다. 중국의 저가 수주에 밀려 경남 거제와 창원 지역의 조선업이 엉망이 되었을 때에도, 작년의 코로나 19 여파에서도, 매출액의 부침은 겪으셨겠으나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오늘도 어머니는 가게 문을 여신다.


듣기에 감동적인 스토리이지 않은가? 그런데 위와 같은 내용이 정부 기관의 자금 담당자들에게는 어떻게 들릴까? 정답은 ‘들을 기회조차 없다’, 이다. 각 기관에서 요청하는 양식대로 문서화된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자영업을 하는 사장님들치고 필자의 모친과 같은 애잔한 인생극장 스토리를 가지지 않는 분이 누가 있겠는가? 사법부의 소송 관련 문서만큼은 아니라 할지라도 행정부의 문서에도 고유의 규칙과 문법이 있다.








앞의 글에서 소개했던 기업마당 (www.bizinfo.go.kr) 사이트를 기억하시는가? 거기 보면 왼쪽 상단에 “비즈니스지원단” 이라는 조그마한 배너가 하나 보인다. 거기를 클릭하면 오른쪽 화면의 사이트로 이동이 된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운영하는 비즈니스지원단은 일종의 원포인트 레슨을 해 주는 컨설팅 서비스로 이해할 수 있다. 기업의 애로사항에 대해 상담을 진행하기도 하고, 현장클리닉을 신청할 경우 3일 동안 현장을 방문하여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신청 기업의 입장에서는 부가세 별도로 20%에 해당하는 자기 부담금이 있으나 나머지 80%의 금액은 정부에서 지원해 주고 있다. 국가전문자격사인 경영기술 지도사가 주축이 되어 여러 분야의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니 도움이 될 것이다.


진정성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진정성을 표현하는 방법도 상대가 요구하는 문법과 양식에 맞아야 한다. 진심은 통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어느 하나만 있으면 될 거라고 우기지 말자.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하고 싶다면 상대방의 표현과 언어를 배우는 것이 먼저다.




◈ 한국경영자문원 콘텐츠파트너 이승호 공인관리회계사






● 프로필


- 애민 경영컨설팅 대표 컨설턴트

- 국립 창원대학교 회계학 박사과정 재학 중

- 서강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Pro-MBA 경영학 석사

- 미국 앵커 신학대학원 기독교 철학 박사

- 미국 앵커 신학대학원 신학 석사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엑스퍼트 컨설턴트

- 국가전략기간산업 NCS 확인강사


● 애민 경영컨설팅

- 경영전략

- 사업계획

- 조직설계

- 경영진단

- 브랜딩

- 예산수립

- 채무자 회생


출처 : 어떠카지TV(http://www.kaji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