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상반기부터 불어닥친 가상화폐 열풍이 불현 듯 생각이 난다. 하루밤새 적게는 몇배에서 수십 배까지 가치가 불어나는 광풍에 휩싸였던 그때. 돈 없는 젊은이들은 밤을 새워 비트코인 채굴에 매달리고, 돈은 있으나 비트코인 거래를 할 줄 모르는 어르신들은 돈다발을 싸들고 증권회사로 달려가 비트코인을 사달라고 사정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넘쳐나던 그때 말이다.
결국 광풍에 놀란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규제의 엄포를 놓으면서 코인 가치는 폭락하였고 몇 번의 거래소 해킹 사고가 이어지면서 가상화폐는 그렇게 시장에서 사라져 가나 싶었다.
그러나, 2년여의 시간이 흐른 현재 ‘비트코인’, ‘이더리움’, ‘비트코인 캐시’, ‘라이트코인’, ‘네오’ 등 여전히 가상화폐는 생명을 유지하고 있고, 새로운 가상화폐가 개발되고 더욱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이쯤에서 슬쩍 호기심이 생겨난다. 도대체 눈에 보이지도 않는 가상화폐가 무엇이길래 거래를 할까? 가상화폐의 개념이나 복잡한 기술이 궁금한 것이 아니라 가상화폐가 법적으로 인정되는 객체가 맞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 말이다. 용기내서 구매한 가상화폐가 법적으로는 소유권도 인정되지 않는 허상에 불과하다면 낭패이지 않겠는가.
그래서 찾다보니 가상화폐와 관련된 다양한 법적 분쟁과 유의미한 판결들이 있기에 몇가지 내용을 소개하려 한다.
먼저 가상화폐의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는지 찾아보니 2018년도에 대법원에서 비트코인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한 판례가 있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음란물유포 인터넷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음란물유포죄와 도박개장방조죄에 의하여 비트코인을 취득한 사안에서,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이라고 보아야 하고, 몰수의 대상인 비트코인이 특정되어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취득한 비트코인을 몰수할 수 있다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8도3619 판결).
일단. 법원에서도 비트코인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으니 안심하고 구매해도 되겠다. 그러면, 비트코인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돌려받는 거래도 괜찮지 않을까? 가령, 친구에게 100 비트코인을 빌려주고 한달 뒤 110비트코인으로 돌려받기로 약속했는데 돌려주지 않는다면, 대법원 판례 취지에 의하면 소유권이 인정되므로 반환청구 소송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비트코인을 반환하라는 승소판결을 받더라도 실제로 비트코인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압류 등의 조치가 필요할텐데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통화를 이전하기 위해서는 암호화된 키가 필요한데 압류명령에 이와 같은 임의화된 암호키를 입력하라는 명령까지 포함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비트코인을 돌려받을 때 재산적 가치가 달라져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을 빌려줄 시점에는 100이라는 가치가 있었지만 반환 시점에 10분의 1 가격으로 폭락한 상태라면 폭락한 비트코인을 반환받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빌려줄 당시의 화폐가격으로 환산하여 금전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법원에서는 반환당시 화폐가격에 대한 별다른 약정이 없었다면 빌려줄 당시의 가격 기준이 아니라 재판이 끝날 당시 가격을 기준으로 환산해야 한다고 판결하고 있다.
■ 칼럼니스트
오동현 변호사, 한국경영자문원 법률 자문위원
▣ 경력
- 현 법무법인 은율(남부) 대표변호사
- 현 국토교통부 자문변호사
- 서울주택도시공사
- 한국건설자원협회
- 한국건설공제조합
- 서울신용보증재단
- 한국공인중개사협회
- 주택관리공단
- 한국감정평가협회
-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등 다수 기관 자문변호사 및 소송전담변호사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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