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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 칼럼 97] 이승호 박사, 두 지평 As-of의 지평과 To-Be의 지평

나이가 든다는 것은 지나온 세월만큼 지혜가 쌓이는 동시에 육체적인 건강을 대가로 가져간다. 몸이 아프면 나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자유가 사라지지만 생각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시간을 선물로 받는다. 세상에 공짜는 없지만 모든 것이 등가 교환되는 것도 아니다. 돈으로 매겨지는 가치뿐만 아니라 개인이 부여하는 주관적 가치 또한 마찬가지이다.


부산에서 반찬가게를 하는 대표님이 계신다. “A 기업”이라는 로고로 사회적기업을 운영하시는 대표님은 저 멀리 몽고에 국 공장을 짓고 한식을 수출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사시사철 제철에 맞는 나물 반찬을 공급할 수 있는 강점에다 대부분의 반찬을 레시피로 만들어 누가 만들어도 그 맛이 달라지지 않도록 표준화하는 작업도 이루었다.


그러나 이 기업의 재무상태는 좋지 않다. 비용을 감당할 만큼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은 모두 마찬가지이다. 요즘과 같이 물가와 금리 상승이 심하면 그 어려움은 더하다. 비단 이 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외부적 위협요소이다. 파산과 폐업을 선택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고, 긍정적인 관점으로 지금의 시장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내가 기대하고 예상한 모습이 현실과 다를 때, 우리는 인지부조화를 경험한다.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는 1957년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이론을 발표하였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의 믿음이 틀린 것으로 판명되었을 때, 잘못된 믿음을 인정하기보다 현실을 자신에게 유리하게끔 왜곡한다는 이론이다. 잘못된 믿음을 인정하는데 심리적인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에 오히려 현실을 왜곡하여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자신을 합리화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마케팅에 이용되기도 한다. 호되게 비싼 상품을 구입한 사람들은 어지간해서 그 상품을 비난하지 않는다. 고가 전략이 먹혀 들어가는 것이다. 병원 마케팅에도 이용된다. 보험 수가를 내고도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는 환자가 터무니없이 비싼 비보험 수가를 내고 치료를 받은 경우 오히려 만족도가 높다는 역설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레온 페스팅거는 오랜 세월 ‘인지 부조화’ 현상을 연구한 후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신을 합리화하는 존재’라는 결론을 내렸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위선과 잘못, 어리석음을 정당화하기 위해 놀라운 정신적 활동을 하는 존재라고 하였다.


서울 아산병원 메디컬칼럼에서 부분 인용하였음. https://www.amc.seoul.kr/asan/mobile/healthstory/medicalcolumn/medicalColumnDetail.do?medicalColumnId=28474



속담에 “잘되면 내 탓, 아니되면 조상 탓” 이라 했는데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 또한 위의 인지부조화와 맞닿아 있는 조상들의 지혜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인지부조화 또한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정신적 활동이 아니었을까?


책방에 들러 오래된 중고 서적을 구매한 다음 그 책 속에서 오래전 누군가가 남겨둔 “사랑해”라는 메시지를 읽고서 위로를 받았다면,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물론 “사랑해”라는 메시지는 중고책을 구매한 사람을 위한 글귀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정작 그 글귀를 통해 위로를 받은 사람은 구매자였음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사랑해”라는 그 글귀의 수신자는 누구였을까?


필자가 신학을 공부하던 때 성경해석학 담당 교수님께서 던진 질문이었다. 그리고 그 질문은 한스게오르크 가다머의 두 개의 지평과 지평 융합에까지 이어졌다. “진리와 방법”이라는 책으로 소개된 바 있지만 그의 철학적 해석학은 하이데거의 실존 철학만큼 어렵다.


필자는 경영 컨설팅을 하면서 위의 지평융합을 응용한다. 가다머의 지평융합이 현재지평(해석자)과 역사적지평(텍스트)이 결합된 것이라면 필자는 As-of의 지평과 To-Be의 지평을 융합한다는 차이가 있겠다.


우선 필자는 기업의 To-Be보다는 As-of에 집중한다. 기업의 현재 상태를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미래를 향한 방향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또한 현재를 정확하게 좌표에 나타낼 수 있어야 미래를 향한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다.


앞서 소개한 “A 기업” 반찬가게는 투자유치를 받기 위해 올해에만 2회 이상의 IR 피칭에 참가하였다. 주관사에 따라 피칭 자료를 만들기 위한 컨설팅이 함께 하였고, 주관사의 투자참여자에 따라 각기 다른 피칭 자료가 만들어졌다. 발표에 사용할 보고서 자료도 그럴듯하게 마사지를 받았다.


그러나 그 보고서는 철저하게 주관사의 의도와 투자참여자의 시각에 맞게끔 각색된 보고서였다. 기업의 As-of는 몰라도 To-Be는 대표님의 의지가 아니었고, 피칭을 준비하면서 대표님은 본인의 비전과 보고서에 담을 비전의 차이 때문에 많은 갈등을 겪으셨다.


투자 유치의 결과를 떠나 앞으로도 이 기업은 많은 부침을 겪을 것이다. 당장 이번 달 직원의 월급은 줄 수 있을지, 국세는 납부할 수 있을지, 거래처의 대금은 밀리지 않고 지급할 수 있을지 대부분의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의 순간을 지날 것이다.


경영의 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지금의 사태를 경영자 개인의 귀책으로 생각할 때가 많다. 그러나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기업이 겪는 공통적인 어려움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지금의 시간을 해석하는 힘의 차이에서 기업의 존폐여부가 결정된다면 컨설턴트로서 경영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는 “해석”의 능력이다.


11월이 가기 전에 “oo 기업” 대표님을 다시 만날 계획이다. 그리고 대표님이 가지고 있는 현재의 인식에 따라 앞으로의 컨설팅 계획을 수립할 것이다. 필자는 대표님께서 엄마의 마음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지 신나게 몇 시간이고 설명하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그 꿈은 해외 지사 설립과 공장건립까지 이어진다.


직원의 급여 지급을 걱정해야 하는 현재의 지평과 해외 사업을 꾸려가는 미래의 지평을 융합하기 위해 어떤 해석과 재해석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생각이 깊어져 간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수출바우처 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며 수출지원기반활용사업(https://www.exportvoucher.com)에서 수출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수출바우처, 물류바우처, 해외지사화 사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수출바우처 사업은 해외규격인증에서부터 특허·지재권, 국제운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의 사업은 모두 마감되었겠으나 내년도에도 사업은 이어질 것이니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To-Be의 지평이 As-of의 지평과 융합되도록 그 시간을 함께 지나가는 것, 그것이 경영컨설턴트라는 역할인가 보다.




◈ 칼럼니스트

사회적기업 케이마스(한국경영자문원) 이사 이승호




사회적기업 케이마스(한국경영자문원) 이사 이승호



● 학력

- 창원대학교 경영학박사

- 서강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Pro-MBA 경영학석사

- Anchor Theological Seminary Doctor of Christian Philosophy

- Anchor Theological Seminary Master of Theology



● 경력

- 제이드림 주식회사 프로젝트 매니저 컨설턴트

- 애민 경영컨설팅 대표 컨설턴트

- 사회적기업 케이마스(한국경영자문원) 이사

- 창원특례시 기업지원단 컨설턴트

- 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 ESG 전문가

- 소상공인시장공단 역량강화 컨설턴트

- 중소벤처기업부 비즈니스지원단 현장클리닉위원

- 경남신용보증재단 위촉 컨설턴트



출처 : 중부연합뉴스(http://www.kaji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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