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판교에서 3대째 대를 이어서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핸드드립 커피를 제조하는 커피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하고 바(Bar)에 앉은 고객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말은 ‘신맛 나는 커피가 싫어요.’이다. 스페셜티 커피는 핸드드립(브루잉 또는 필터커피)이고 핸드드립 하면 산미가 많은 커피라고 고객들에게 인지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신맛이 싫다고 한다. 사실은 필자 역시 신맛이 강한 커피는 좋아하지 않는다.
보노보노 커피클래스
오래전부터 아라비아반도 뜨거운 사막을 횡단하던 베두인의 동반자이자 치료약이며 생명수였던 커피는 이제 전 세계에서 물 다음으로 가장 많이 마시는 매혹적인 음료가 되어있다. 그렇다면 커피에는 어떤 성분과 맛이 있어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일까? 과연 어떤 커피가 진짜 맛있는 커피일까?
커피의 성분과 맛은?
커피의 성분은 생두, 원두, 그리고 추출한 한 잔의 커피에서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또한, 생두의 품종(아라비카 또는 로부스타)이나 품질(스페셜티 등급 또는 커머셜 등급)에 따라서도 다르다. 일반적으로 저가의 커피는 낮은 품질의 원두에서 추출한 커피일 경우가 높다. 이와 반대로 고품질의 커피에는 낮은 등급의 커피와 대비해서 좋은 맛과 향기 물질은 많고 우리 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성분들이 낮은 것 같다. 이러한 커피는 원두 가격 자체가 비싸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커피의 성분은 생두를 로스팅하여 원두가 되는 과정에서 상당부분 변화한다. 로스팅 원두는 약30%의 가용성 성분이다. 이중에서 일부분(약 20%)을 추출하여 우리가 마신다. 당류의 탄수화물이 가장 많고 지질, 아미노산과 무기질 그리고 카페인, 클로로젠산 등의 성분이 주를 이루고 있다.
커피의 성분
로스팅한 원두 속 가용성분은 쓴맛, 단맛, 신맛, 짠맛 등과 원두마다 지니고 있는 천 가지 이상의 향기 물질이 어우러져 맛있는 커피로 다가온다.
쓴맛은 카페인, 클로로젠산, 퀴닌 등이 물에 녹아서 나타나는 쓴 맛과 로스팅으로 나오는 탄향의 쓴맛 등이 더해진 것이다. 열매(커피체리)의 씨앗인 커피 생두는 곤충이나 동물들에게 쉽게 먹히지 않기 위해서 방어기재로 독성의 쓴맛을 다량 품고 있다. 커피는 좋지만 지나친 쓴맛이 싫은 이유 역시 사람은 독의 맛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커피의 단맛은 가용성 탄수화물인 단당류, 다당류 등이 내는 맛이다. 또한, 로스팅 과정에서 카라멜화되어 생두가 갈색으로 변하고 단맛과 함께 좋은 향기 및 감칠맛을 낸다. 단맛이 좋은 커피는 고품질의 커피라고 할 정도로 커피 품질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밤과 낯의 온도차를 이겨내고 힘들게 자란 커피가 단맛이 좋다, 이는 고랭지 채소가 달고 품질이 좋은 것과 비슷한 이유이다.
신맛은 생두에 있는 다양한 신맛 성분들이 로스팅 시 분해돼 퀸산 등이 만들어지고, 소당류가 분해되어 개미산, 초산을 만들어 원두의 신맛 성분이 된다. 신맛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식초와 같이 찌르는 부정적이며 인상을 쓰게 되는 신맛, 많은 사람들이 신맛 나는 커피를 싫어한다고 할 때 바로 이 자극적인 기분 나쁜 신맛을 싫어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잘 익은 과일에서 나타나는 새콤달콤하고 향긋한, 군침이 돌고 기분이 좋아지는 긍정적 의미의 산미는 대부분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이다. 덜 익은 커피열매의 씨앗은 부정의 신맛이 강하고, 잘못 로스팅하여 속이 익지 않았을 경우에도 부정의 강한 신맛을 낸다. 반대로 잘 익은 커피 열매만을 골라서 수확한 고급커피는 좋은 산미를 가지고 있고, 수준 높은 로스팅을 통해서 적절하게 익힌 커피는 감칠맛 나는 산미를 가진다.
(출처: YTN 사이언스)
무기질은 대부분이 칼륨과 마그네슘이며 미네랄의 약한 짠맛이 난다. 천 가지가 넘는 향기 성분은 생두를 볶는 과정에서 생기는 카페놀과 에스테르 성분이다. 이 향기성분은 로스팅한 원두 속의 커피 오일방울 속에 들어 있다가 분쇄된 커피를 뜨거운 물과 접촉시키면 커피내부의 커피 오일방울속 유기 물질을 기화시킨다. 이 가스 형태의 향기는 에스테르, 알데히드, 케톤, 등의 구조로서 커피 향기의 기본을 이룬다. 커피향기는 일반적으로 과일 향, 풀 향기, 견과류향이 혼합되어 나타난다.
우리가 좋아하는 커피 맛은?
최근 우리나라에 스페셜티 커피가 대중 속으로 스며들면서 고급커피 문화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런 커피의 상당수가 신맛이 강한 특징이 있다. 커머셜한 가격의 에스프레소용 커피는 진하고 씁쓸하며 고소하지만 고급 스페셜티 커피는 좋은 향기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향기를 살리기 위해서 신맛이 많아야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필자의 커피하우스에 방문하는 많은 고객들은 신맛이 강한 커피는 싫다고 하는 게 현실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중에서도 상당수는 신맛이 중심이 되는 커피를 부담스러워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행처럼 신맛이 많은 커피가 고급커피인걸로 여겨지고 있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파나마게이샤 중강배전 원두
아마도 약배전 원두가 원인인 것 같다. 강하게 볶은 원두는 쓴맛과 탄 맛이 강하고 좋은 커피의 아로마와 산미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상당수의 로스터들이 말한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고품질의 생두는 약하게 볶을 때나 때로는 강하게 볶을 때나 좋은 맛과 향을 간직하고 있으며 또 꼭 간직하게 로스팅 해야 한다. 어떻게 볶든지 로스팅 실력이 좋은 로스터라면 좋은 맛과 향을 잘 뽑아낼 수 있어야 한다. 약배전을 해야지만 향기가 좋고 쓴맛이 없는게 아니라는 말이다.
이해하기 쉬운 예를 들어보자. 여기에 고급 스테이크용 쇠고기가 있다. 어떤 이가 미디움으로 잘 구워서 맛있고 부드럽게 요리를 한다. 그 사람에게 레어나, 웰던으로 구운 스테이크 맛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면 아마도 부정적일 것이다. 웰던은 퍽퍽하고 감칠맛이 없다고 할 것이며, 레어는 비릿하고 질기다고 할 것이다. 스테이크는 미디움이 정답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하지만 옆집에 웰던으로 구운 스테이크를 훌륭하게 요리하는 쉐프가 살고 있다. 쉐프가 구운 스테이크는 퍽퍽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깨고 누가 먹어도 맛있는 촉촉하게 육즙이 흐르며 고소하고 또 감칠맛이 일품이다. 과연 누구의 스테이크가 맛있는 것일까?
필자는 두 가지 모두 정답이고 또 두 가지 모두 오답이라고 생각한다. 정답은 굽기 정도에 따른 최고의 맛을 이끌어내는 차별화된 방식과 비법이 있다는 것이다. 미디움으로 구울 때는 핏물이 흐르지 않고 풍미가 살아있게 하는 방법, 웰던으로 구울 때는 퍽퍽하지 않고 육즙이 흘러내리게 굽는 비법 등이 그런 것이다. 커피 로스팅도 이와 같다. 약배전이지만 강한 신맛이 아닌 새콤달콤 잘 익은 과일의 산미가 나온다면 맛있을 것이고, 강배전 에서는 쓰고 탄 맛이 나지 않고 감칠맛과 단맛, 산미가 조화를 이룬다면 최고가 될 것이다. 스페셜티 커피는 무조건 약배전이 좋다는 사고는 매우 일방적이며 한쪽으로 치우친 상업적 판단이다. 이제는 지나치게 한쪽으로 편향된 사고를 버리고 존중과 다양성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정말 맛있는 커피가 되기 위한 조건은 첫째 고품질의 커피콩(생두)으로 제조한 커피, 둘째는 원하는 배전에도 따른 최적이 맛이 나오게 하는 로스팅 기술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추출할 때 최고의 맛으로 끌어올리는 추출 방식 및 섬세하고 노련한 컨트롤을 들 수 있다. 이 중 어떤 하나도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최고의 맛을 위해서라면 매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초콜릿처럼 감칠맛과 달콤함이 살아있고, 잘 익은 과일의 군침 도는 좋은 산미 그리고 혀와 입천장에서 기분 좋게 맴도는 바디감과 마신 후에 잔잔히 느껴지는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여운이 조화로워야 한다. 다소 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편안하고 섬세하게 다양한 맛과 향이 입 안 가득 채우는 커피, 그러면서 쓰거나 텁텁하지 않고 신맛이 도드라지지 않으며 다량의 카페인 등의 독성이 적어서 부정의 맛이 적고 커피로 인한 부작용이 적은 커피. 바로 이런 커피가 정말 맛있는 커피라고 말할 수 있다.
필자는 수년간 도제식 커피 수련을 통해 갈고 닦은 실력으로 최고급 생두(커피콩)를 사용하여 약배전 로스팅만이 아닌 필요에 따라 최고급 스페셜티 생두라도 중강배전으로 로스팅 하고 있다. 쓴맛과 텁텁함은 최소화하고 단맛, 산미, 감칠맛, 초콜릿 맛 그리고 군침이도는 풍미 가득한 원두를 로스팅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로스팅 프로파일을 볼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 로스팅과정 중 가장 좋은 맛을 품고 있는 짧은 순간의 향기를 정확하게 잡아서 뽑아내는 숙련된 전문가의 후각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사람은 자기 몸 상태나 주변 환경 등에 따라서 시각, 후각 등 의 감각이 변하기에 믿을 수 있을 만큼 정확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의 힘으로 만들어진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서 로스팅하는 게 가장 좋다”는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말이 그다지 반갑게만 들리지는 않는다.
첨단시대인 지금도 여전히 최고의 하이엔드 급 명품은 숙련된 장인이 한 땀 한 땀 바느질해서 만든다. 명품 제조사가 첨단 미싱을 살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것은 컴퓨터나 기계장치보다 숙련된 장인이 더 우수하다는 믿음일 것이다. 사람의 능력이 그렇게 보잘 것 없지 않다는 것이다.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신맛이 강한 커피를 받아들이기 위해 소비자인 고객이 노력해야 할 일이 아니라 카페 등 공급자가 누구나 좋아하는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더 많이 노력하고 로스팅 또는 추출의 다양성에 대해서 더 넓게 받아 들여야 하는 게 바로 전문가로서 커피인의 자세가 아닐까?
◈칼럼니스트
KMAS(한국경영자문원) 자문위원 최정현 마스터
KMAS(한국경영자문원) 자문위원 최정현 마스터
◈경력 및 전문 분야
- 보노보노커피로스터스 커피마스터(C.T.O.)
- 제이씨티 대표 (커피 연구 및 교육)
- 보노보노 커피 클래스 운영 (핸드드립, 로스팅, 전문가, 창업)
- 삼성SDS 커피 동아리 전임 강사
- 김포 파인스타 커피 교육 고문
- 알파돔시티 문화행사 주관
- 분리드립 커피 추출방법 및 커피 오마카세 특허 출원
-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커피학과 수료 중
출처 : 어떠카지TV(http://www.kaji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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