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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 칼럼 18] 임병권 교수의 꼰대 탈출법

옛날에는 우려먹는 음식들이 많았다. 겨울 철에는 대추차나 생강차를 우려 마셨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는 감기 예방에 좋다며 생강이나 대추를 잘게 썰어서 주전자에 넣고 하루 종일 천천히 끓이셨다. 사골도 대표적으로 우려먹는 음식이다. 지금은 예전 같지는 않지만, 과거에는 사골을 며칠씩 자주 우려먹었다. 그런데, 이런 우려먹는 음식에는 공통점이 있다. 너무 오래 우리면 맛도 없어지고 효과도 없어진다는 점이다. 질리도록 우려먹기보다는 적당한 시점에서 우리는 것을 멈춰야 한다.


좋은 음식도 너무 오래 우려먹으면 질린다. 마찬가지로 좋은 소리도 여러 번 들으면 지겨워진다. 그런데, 꼰대라고 불리는 사람은 남들이 지겨워하든 말든 좋은 소리(?)를 반복적으로 한다(물론, 여기서 좋은 소리라는 것도 본인 생각이다)



나이가 많다고 다 꼰대는 아니다. 꼰대는 무엇인가 한 가지를 지겹도록 우려먹는 사람을 통칭한다. 꼰대라 불리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어쩌다 성공을 하거나, 어쩌다 돈을 많이 벌거나, 어쩌다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들이 어쩌다 얻은 성공 방식을 절대적인 방식인 양 자랑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남들에게 끊임없이 이야기해서 인정받고 싶어한다. 그러니, 대화가 훈계조가 된다. 소위 말해서 레퍼토리가 뻔하다.



필자와 기업에서 함께 일했던 한 임원은 직원들과의 대화 방식이 독특해서 문제였다. 그는 직원들과 대화를 할 때나 회의를 할 때 질문을 하지 않기로 유명했다. 질문을 하지 않으니 부하 직원은 말할 기회가 없다. 본인 스스로만 말하는 것이다. 그는 하루의 일과를 직원들과 대화로 시작해서 직원들과 대화로 끝냈다. 그런데, 말이 대화이지 일방적인 훈계에 가까웠다. 직원들은 비슷한 훈계를 반복적으로 들어야 하니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전형적인 ‘라떼는 말이야” 스타일이다. “라떼” 형 상사는 자신의 ‘어쩌다 성공 스토리’를 오랫동안 우려먹는 상사이다. 그의 이러한 소통방식은 조직 분위기를 어둡게 만들었고 궁극적으로는 조직의 성과를 떨어뜨렸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나만의 방식이 있다. 많은 책들 중에서 어떤 책을 사야할 지 선택할 때 항상 보는 곳이 저자의 프로필 부분이다. 저자의 자기 소개 방식을 보면 그의 사고방식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한번은 책 내용이 맘에 들어서 저자의 프로필을 읽어보았다. ‘xx년 xx도 출생. xx대학 법학과 xx회 졸업, xx그룹 공채 30기...’으로 시작해서 중구장창 자신의 과거의 사회적 직함만 잔뜩 나열해 놓았다. 나는 그의 이런 과거 이력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데도 말이다. 자신의 관심사나 구체적인 전문영역은 무엇인지 한 줄도 적지 않았다. 나는 바로 사려던 책을 덮어버렸다. 분명 이 저자는 까마득한 과거의 유물만 계속 우려먹는 꼰대일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육십이 되도 인생을 몰라요. 내가 처음 살아보는거잖아” 배우 윤여정이 한 프로그램에서 한 말이다. 그녀가 꼰대였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내가 살아봐서 아는데, 인생이란 이렇게 사는거야…”

그녀는 어느덧 “탈꼰대’의 상징이 되었다. 아케데미 수상이라는 큰 업적을 이루었음에도 윤여정은 그 업적을 길게 우려먹을 기세가 아니다.


◈ 칼럼니스트

한국경영자문원(KMAS) 자문위원 임병권 교수




한국경영자문원(KMAS) 자문위원 임병권 교수

▣ 경력

명지전문대학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저서 <8시간>

힐튼호텔 인사 전무

오티스엘리베이터 코리아 인사 상무

DHL 코리아 인사부장

현대카드 과장




출처 : 어떠카지TV(http://www.kaji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