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취업과 관련된 컨설팅과 강의를 10년 넘게 진행하면서 수많은 취업 준비생 혹은 중고신입구직자들을 만났고, 그들이 겪고 있는 공기업 및 공공기관 취업과 관련된 고민 사항을 들었다. 대다수의 공기업 및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들은 1) NCS를 도대체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2) 공기업 및 공공기관들의 정확한 평가기준을 모르겠어요, 3) 졸업예정자나 졸업 직후의 신입들은 공공기관 지원해도 경력직과 경쟁하면 결국 탈락하는 거 아닌가요? 였다.
물론, 이런 컨설팅 질문들이 전체 취업 준비생들의 의견을 대변할 수 없지만, 몇 년 째 유튜브 채널과 강의, 컨설팅 과정에서 꾸준히 질문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이런 부분들을 제도적으로 좀 더 개선해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강산이 바뀐다는 10년 넘는 시간 동안 제도적으로 크게 바뀐 것은 NCS 기반의 채용 제도와 블라인드 방식의 채용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2가지 채용 제도들은 성별, 연령, 학교 및 전공 등의 스펙을 초월하고 직무에 맞는 우수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으나, 오히려 스펙이 우수한 사람들로부터 ‘역차별’을 한다는 새로운 반발을 만들어 내기도 했고, 대학교 졸업 예정자들이 신입으로 채용되기 보다 소위 말하는 ‘중고 신입’들이 더 높은 비중으로 채용되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대학교 졸업 예정자들을 비롯한 20대 청년들에게 공기업 및 공공기관 채용 방식이 공정하다고 느낄 수 있을까?
공기업과 공공기관들은 지방에 본사가 있는 비중이 높고, 연봉이나 복지 측면에서 대기업보다 부족한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는 게 상대적으로 더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사기업보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싶다면, 공기업 및 공공기관 취업 준비생과 구직자들의 의견을 좀 더 귀 기울여 듣고, 개선할 수 있는 부분들을 적극 개선한다면 충분히 우수한 인재들이 공공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그동안 취업 강의와 컨설팅을 하면서 들었던 고민 내용들을 해결하는 동시에 공기업 및 공공기관들이 좀 더 우수한 인재들을 채용할 수 있는 4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해 보고자 한다.
채용에 ‘마케팅’ 개념을 도입해 보자!
뜬금없이 공기업 및 공공기관에 ‘마케팅’개념을 도입하자고 해서 어리둥절 할 수 있겠지만, 채용시장에서 공기업과 공공기관들은 매우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보수적’이라는 개념은 쉽게 말해서 ‘소통을 하기 보단 정해진 규정과 절차가 있으니 입사하고 싶은 사람들은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해’라는 의미가 강하다. ‘고객’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기 때문에 고객 경험도 고려할 필요가 없고, 마케팅을 할 필요가 없으니 결과적으로 채용시장에서는 오롯이 ‘갑’과 ‘을’만 존재한다.
하지만, 사기업(스타트업, 외국계기업 포함) 채용에서는 점차 채용 과정에 마케팅의 개념을 접목시킨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최근에는 ‘블라인드’, ‘잡플래닛’처럼 기업들을 평가하는 플랫폼들이 많이 늘어났고, 채용과 관련한 후기들을 올릴 수 있는 SNS 채널이 다양화 하면서 공기업 및 공공기관들의 평판이 채용에서 매우 중요하게 대두될 수 밖에 없는 환경적 요인이 생기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공기업 및 공공기관들이 일방적으로 고난이도의 채용 방식만을 추구하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청년 구직자들은 이를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공기업과 공공기관에서도 채용 과정에 ‘마케팅’ 개념을 도입하여 좀 더 우수한 인재들이 지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자는 이야기다. 대표적으로 ‘네카라쿠배당토’라고 일컫는 기업들의 채용 프로세스를 예를 들면,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하게 될 것이며, 우리는 어떤 조직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성향의 사람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내용을 미리 언급해 준다. 공기업 및 공공기관도 ‘직무기술서’라는 게 있지만, 실제 업무와 동떨어진 두루뭉술한 표현들이 대다수이고, [행정 – 0 명] 이렇게 채용 공고를 내는 부분과 매우 대비가 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서류 전형이나 면접 전형에서도 탈락자를 좀 더 배려하는 메일을 전한다거나, 시간을 내서 면접을 참석한 분들을 위한 다과나 교통비 제공, 안락한 대기 공간과 탄력적인 면접 시간 운영, 사전 면접관 교육 등 다양한 마케팅 관점으로 구직자들을 배려해 보면 조금이나마 우수한 인재 채용에 도움이 되면서 기관 자체적으로 긍정적인 평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채용 과정을 좀 더 투명하게 공개하자!
위에서 먼저 언급했던 ‘마케팅’의 개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사례가 바로 채용 ‘과정에 대한 투명성’이다. 투명성이 확보되면 공정성은 자연스럽게 따라 올 수 밖에 없는 부분이고, 공공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 확보되면 그만큼 지원자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현재까지 채용 방식 전 과정을 홈페이지에 상세하게 공개하는 공기업, 공공기관들은 없는 것으로 안다. 이 말은 곧, 지원자들은 내가 서류과정에서 몇 등을 했고, 서류 전형에서 어떤 이유 때문에 탈락한 것인지 알 수 없고, 면접에서도 내가 어떤 부분이 부족해서 채용이 되지 않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게 공정하고 투명하게 채용 절차를 진행한다고 홍보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과정 전체를 공개하는 기관이 없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최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로또에 대한 조작의혹과 불신이 생긴 뒤에 처음으로 수백명의 국민들을 생방송에 초대하여 추첨 전 과정을 보게 만들면서 신뢰를 회복했던 부분들을 보면서 공기업과 공공기관들도 지원자들에게 최소한 서류 및 면접 과정에서 어떤 이유 때문에 탈락을 했는지, 채점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여 구직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한다면, 공기업 및 공공기관 채용 방식에 대한 공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여러 채용 시비가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온전한 신입(졸업예정자, 졸업 직후 미취업자)끼리만 경쟁시키자!
코로나를 겪고 나서 기관들의 인재 채용 패러다임이 신입보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대학교 졸업예정자나 졸업 직후의 구직자들은 ‘중고신입이나 경력직만 채용되는데 신입들은 도대체 어디를 지원해야 하는가’라는 볼멘소리를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심화되면서 신입들은 취업을 위해서 단순 체험형 인턴이나, 공기업 파견 계약직으로 경력을 쌓는 등 취업을 위한 또 다른 스펙 쌓기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지방에서 지역 인재를 채용하는 ‘지역 인재 할당제’처럼 신입을 채용할 때 일정 비율은 온전히 대졸예정자나 졸업 직후 미취업자들끼리 경쟁을 하도록 만드는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 실제, 일부 외국계 기업들은 채용형 인턴 프로그램으로 사람을 채용할 때, 경력직은 배제하고, 현재 대학교 4학년 2학기 재학중이거나, 졸업 후 경력이 없는 1년 이내의 사람만 지원하게 자격요건을 제한하고, 온전한 신입끼리만 경쟁을 하게 만들어 놓았다. 물론, 이 제도도 ‘지역 인재 할당제’처럼 역차별의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나 나날이 경력직 선호 현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20대 청년들이 공공 영역의 채용에서 소외되지 않게 만들려면 이와 같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서류 및 면접 전형 평가 위원을 다변화 하자!
일반적으로 공기업 및 공공기관의 서류와 면접 전형을 평가할 때는 의무적으로 외부 평가위원을 일정 비율만큼 포함하게 되어 있다. 대부분 내부 관리자(팀장)급 이상 직원 일부, 대학교 교수님 정도로 구성된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서류 및 면접 평가위원 풀을 구성하는 공기업 및 공공기관 인사담당자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그들이 구성했던 외부 평가위원들이 정말로 일 잘하고, 기관을 위해서 열심히 일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선택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서류와 관련된 정형화된 질문들을 던지고 순위를 매기는 정도까진 충분히 할 수 있으나, 인성이 올바르고 업무 능력이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공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좀 더 외부 평가위원 풀을 다변화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서류 전형에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내용을 검사할 때는 취업 컨설턴트, PT면접이나 토론 면접을 할 때는 퍼실리테이터, 인성 부분에는 비즈니스 매너 강사 등 그 분야에서 업무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외부 전문가들을 포함시킨다면 좀 더 인재들을 다각도로 검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시대도 변하고, 인재도 변해가고 있는데 외부 평가위원만 제자리라면 결국 우수한 인재 채용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될 것이다.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인재 채용은 단순히 일하는 직원을 채용하는 것도 있지만, 국가의 취업률을 끌어 올리고 청년층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안전망 역할도 함께 한다. 하지만 변화하지 않는 제도와 규정 때문에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입사를 했다가 적응을 하지 못하고 금새 퇴사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것은 공공기관들의 문제를 뛰어넘어 우리나라 사회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대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사기업들이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인재 채용 전쟁’을 하는 것처럼 공기업과 공공기관들도 채용 관련한 제도를 보완 및 개선하여 우수한 인재들이 지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다면, 기관들의 경쟁력 향상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 향상에 큰 기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칼럼니스트
사회적기업 케이마스(한국경영자문원) 취업컨설턴트 자문위원
문근영 이에스인재교육연구소 대표
▣ 경력
*취업컨설턴트 및 기업교육 강사로 활동 중
*이에스인재교육연구소 대표
*성균관대학교 MBA 졸업(2023.02)
*취업 유튜브 ‘터닝포인트TP’ 채널 운영 중
*인크루트 취업학교 대표강사 역임
*재능 플랫폼 App 내 최상위 랭크 – 숨은고수, 탈잉
*패스트캠퍼스, SAP Korea 주관 개발자 대상 단체 커리어 컨설팅 진행
*서울시, 기업은행 주관 ‘2022 참좋은 일자리 박람회’ 특강 및 컨설팅 진행
*세진에듀 주관 계리직 공무원 1차 합격자 대상 모의 면접 컨설팅 진행
*개인 저서 – 맨땅에 헤딩 (2014.03)
출처 : 중부연합뉴스(http://www.kaji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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