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과 함께 기독교에서 핵심적인 교리는 부활과 영원한 생명이다. 기독교 신약 교리의 체계를 완성했다고 봐도 무방한 사도 바울은 고린도교회에 보내는 첫 번째 편지에서 ‘만일 우리가 이 세상 삶을 사는 동안에만 그리스도 안에서 소망을 갖는다면 모든 사람들 중에 우리가 가장 비참한 자니라(고전 15:19)’고 하면서 부활의 당위성을 강조하였다.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어간다면 모든 사람에게 부활과 영원한 생명이 주어진다. 그 영원한 생명을 하나님과 함께 살 것인가, 아니면 하나님 없이 보낼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믿음의 결과이다.
신앙의 영역은 개인의 믿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는 문제이니 기독교 변증적인 설명은 잠시 옆으로 제쳐두고, 가늠하기도 힘든 “영원”의 시간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실제로 영원히 죽지 않는, 영원의 시간이 나에게 주어진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겠는가? 나의 경우를 예로 들면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인 식스팩을 갖는 것은 3년 정도 꾸준하게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 가능할 것 같다. 예체능에는 완전히 젬병인 나라도 10년 정도 연습하면 악기 하나는 연주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나라를 방문하여 각 나라에서 1년 살기(?)를 해 보아도 200년 정도면 될 것이고, 무협지에 나오는 절세비기를 익히는 것도 한평생이 걸리는 것은 아니니 넉넉잡고 100년이면 될 것 같다.
그리고, 결국에는 지루함을 느끼겠지. 그 뒤에는 허무함만이 남아 있을 것이고…. 은하철도999의 주인공 철이는 영원히 죽지 않는 몸을 얻기 위해 기계 인간이 있는 별로 여행을 한다. 거기서 마주한 기계 인간의 삶, 그들을 보고 느낀 충격이 그런 종류의 것일게다. 그래서 사람에게 주어진 평생이라는 시간적 제약과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을 좇기에 턱없이 부족한 자본적 제약은 어떤 의미에서는 축복이다.
일상에서의 허무함을 달래기 위한 방편으로 나는 PC방에 간다. 일단 재미있고, 집중할 수 있는 꺼리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나는 게임에 호의적이다. WOW, LOL,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이름도 생소한 새로운 게임들이 해마다 출시된다.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닌텐도와 같은 게임 전용 콘솔도 있다. 그러나 그냥 이름만 아는 정도일 뿐 유일하게 할 줄 아는 게임은 스타크래프트. 1990년대 후반에 출시되어 게임TV 채널의 시작에 일조했으며 이른바 국민 게임 반열에 오른 게임이다. 지금은 프로 포커 플레이어로 전향한 임요환, 홍진호 등이 활약했던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만들어지고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도 이 게임 덕분이다.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세 종족 중 하나를 선택하고 플레이어가 고른 테크트리에 따라 생산할 수 있는 유닛과 구사할 수 있는 전략이 달라진다. 이 게임에는 미네랄과 베스핀 가스라는 두 가지의 자원이 있다. 기본 유닛이나 건물을 생산하는데 사용되는 자원이 미네랄이고 가스가 추가되면 고급 유닛과 테크트리를 선택할 수 있다. 이른바 밸런스를 맞춘 맵에서는 미네랄과 가스의 부존량은 본진 자원만 계산하면 미네랄 12,000에 가스는 5,000이 기본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처음부터 위의 자원량이 주어진 상태에서 게임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고 일꾼들의 배치나 숫자에 따라 자원보유량은 서서히 증가한다.
그런데 주의할 점이 미네랄은 한도가 있다. 즉 부존량을 다 캐내면 더 이상 추가로 공급되지 않는다. 반면에 가스는 부존량인 5,000을 다 캐어도 마르지 않는다. 일꾼이 계속 채굴을 하는 한 채집은 가능하다. 물론 작업 효율이 8에서 2로 줄어드는 패널티가 있다. 즉 생산성이 25%로 감소하는 것이다. 물론 무한맵도 있는데 여기서는 예외로 하자.
우리가 보유한 자원이 무한하다면 계획 수립이라는 과정은 필요하지 않다. 곧바로 실행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쳐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빠른 길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직원의 월급날이 되면 그 다음 달 월급을 걱정하는 것이 스타트업 창업 기업은 물론 대부분의 중소기업, 소상공인 사장님들의 공통된 일상이다.
2023년 5월에 다산북스에서 출간된 “돈은, 너로부터다”라는 경제경영소설(?)에서는 시간의 세공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어떤 사람은 한 시간을 투입하여 1만원도 되지 않는 최저시급을 받는데 또 어떤 사람은 한 시간을 투입하여 1만원의 100배도 넘는 소득을 얻는다. 그렇게 시간의 가치, 시간의 값을 높여가는 과정을 “시간의 세공”이라는 표현으로 멋지게 설명했다. 마르크스의 노동가치설까지 나왔으면 너무 딱딱해졌을 것을 필자는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전달해 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의 값을 높여가는 동안은 오히려 소득이 줄어들 것이라는 현실적인 조언까지 곁들여 주었으니 역시 책은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돈으로 타인의 시간을 살 수도 있고, 시간을 돈으로 교환할 수도 있는데 둘 중 어떤 자원이 더 중요할까? 스타크래프트로 돌아가서 미네랄과 가스라는 자원을 시간과 돈으로 치환한다면 독자들은 어떻게 짝을 짓겠는가? 필자는 미네랄을 시간과, 베스핀 가스를 돈과 연결시킨다. 돈은 구걸할지언정 조금씩 들어오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이 다 되었다음을 의미하는 죽음의 방문은 언젠가 필연적으로 닥칠 일이다. 그럼에도 시간의 제약보다는 돈의 제약이 더 현실적이다. 돈이 없으면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을 누리는데 엄청난 제약이 있다는 것은 이미 깨달았고,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시간 대부분을 돈과 교환하는 활동에 투자한다. 간간이 짬을 내어 학교에서 학위 과정을 밟거나 특정 기술을 익히는 것도 시간을 세공하여 같은 시간으로 더 큰 돈과 교환하기 위한 활동으로 볼 수 있다.
ㅇㅇ창업기관에서 “재무예산 수립실무” 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준비하면서 원점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 우리는 왜 시간을 들여서 “예산”을 편성하는 것인가? 무엇보다 예산편성은 재무 담당 부서만 관심을 가지는 독립된 성격의 업무는 아니다. 기업의 사명에서 비전, 핵심가치, 전략, 목표로 이어지는 전사적 경영전략의 토대 위에 매출 목표 달성을 위한 마케팅, 영업 전략이 수립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인적 자원 확보와 육성 훈련, 성과 평가 및 보상 계획으로 구성된 인사조직 전략이 이어진다. 예산 편성은 그 다음 순서다. 경영 기획이라는 커다란 틀 안에서 예산 수립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점, 선, 면으로 이어지는 공간의 차원에 시간이 더해져 4차원을 이루듯 재무예산 수립은 시간예산 수립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가 연, 반기, 분기, 월 등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기간을 정해놓는 것은 이렇게 시간 예산을 고려하는 반증이 된다. 그리고 그 시간 예산은 재무예산 수립의 전(前) 단계인 인사조직전략과 맞물려 있다.
재무예산수립과 관련된 How to는 관리회계 교재를 들여다보면 된다. 그러나 왜 우리가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지 “why”를 묻는다면 나는 우리가 가진 자원이 무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답해주고 싶다. 그 유한한 자원을 어디에 선택과 집중하는지 보면 회사가 진정 원하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다. 예산은 미래에 대한 계획인 동시에 회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말해준다.
이런 관점에서 예산 수립은 자원의 배분이다. 꿈을 꾸고 비전을 보는 것은 무제한이다. 그러나 그 비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투입할 수 있는 나에게 있는 시간과 돈은 제한이 있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정말로 잘 되는 사업은 남의 시간과 돈이 나의 사업으로 흘러들어온다는 사실을. 즉, 우리가 한계, 제약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사실은 확장이 가능하고 초월이 가능한 것이라고. 그러니, 무제한의 환상 속에서 자신의 비전을 다시 돌아보기 바란다.
◈ 칼럼니스트
사회적기업 케이마스(한국경영자문원) 이사 이승호
● 학력
- 창원대학교 경영학박사
- 서강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Pro-MBA 경영학석사
- Anchor Theological Seminary Doctor of Christian Philosophy
- Anchor Theological Seminary Master of Theology
● 경력
- 제이드림 주식회사 프로젝트 매니저 컨설턴트
- 애민 경영컨설팅 대표 컨설턴트
- 사회적기업 케이마스(한국경영자문원) 이사
- 창원특례시 기업지원단 컨설턴트
- 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 ESG 전문가
- 소상공인시장공단 역량강화 컨설턴트
- 중소벤처기업부 비즈니스지원단 현장클리닉위원
- 경남신용보증재단 위촉 컨설턴트
출처 : 중부연합뉴스(http://www.kaji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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